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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봄의 진심은 아직, 진심으로 봄은 아직, 간혹 깨닫는 겨울로의 회귀는 진심, 간혹 목격하는 풀리지 않는 옆얼굴은 진심, 고민하는 Y와 생글거리는 K의 사이에서 봄은 우왕좌왕한다. 매년 봄이면 봄에 대한 새로운 번역본이 등장하고 우리는 새로운 판본의 봄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길게 줄을 선다. 줄 선 사람들 사이사이 지그재그로 지나가던 바람은 바람대로 또 줄을 서고... “아버지 뼈 속에는 바람이 있다 나는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 <갈대 등본> 중 나는 고민 중이다. 지난 겨울 다 지나기 전에 새로 생긴 동네 육개장집의 육개장이 맛있다. 다음 주면 이사를 가게 되는 부모님을 한 번 모실 것인가 말 것인가 생각 중이다. 이삿날에 맞춰 동생은 먼 곳에서 올라온다 한다. 어머니는 빌트인 김치 냉장고에 들어 있던 락앤락 김치통을 수소문 중이다. 집에 들어설 때의 모양 그대로 퍼즐을 맞추듯이 남은 피스를 찾고 있다. “시간의 문장은 흉터이다 둑 위에서 묵은 편지를 태웠던 날은 귀에 걸려 찢어진 고무신처럼 질질 끌려다녔다 날아간 연기가 남은 재보다 무거웠던가 / 사는 일은 산수유 꽃빛만큼 아득했으며 // 나는 천한 만큼 흉터를 늘리며 왔고 데인 데마다 산수유 한 그루씩이 자랐다” - <산수유꽃> 중 고함을 몇 번만 지르면, 그러니까 봉수대의 봉화처럼 고함을 지르고 그 고함을 받아서 또 고함을 지르고 하면서, 다섯 사람쯤만 있으면 닿을 거리에 있던 부모님이 다음 주에 이사를 하게 되었다. 부모님과 나 사이에는 이제 다섯 사람이 아니라 열 다섯 사람쯤이 필요하다. 집은 세월 머금으며 낡아갔고 부모님은 시나브로 늙었는데, 이제 새로운 집에서 부모님은 더욱 편안히 늙어갈 것이다. 낮달 보는 사람 기계 소리가 들리는 봄날의 공장 뜰 황갈색 모자에 고개 눌린 노인이 담배 한 대 물고 나와 낮달을 본다 자신의 해골을 너무 자주 들여다본 사람 피워 올리는 족족 담배 연기는 낮달이 된다 새가 하늘을 가위질하며 간다 나이를 먹어가는 것은 증발되는 용기를 멍하니 쳐다보는 것, 낡은 이삿짐을 보기 싫은데 이삿날에 어김없이 나는 멍하니 부모님의 이삿짐을 쳐다보고 있겠지... 참석하지 않아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은 나일텐데, 내가 받게 되는 불이익의 정체는 불명료하기만 하다. 나무라는 주체가 없어도 자꾸 뒷걸음질 치게 되고, 꾸짖는 소리 없어도 자꾸 고개 떨구게 되는 것,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벼랑을 세워둔 마음의 끝 / 에서 헛디딘 사랑이 떨어져내리는 밤 / 들숨을 지피는 달이 떴다 // 제 그늘 / 스스로 낮추며 지는 꽃잎 / 표백되어 내리는 허공마다 / 구멍이 나고 // 숱한 어둠의 구멍 / 속으로 실족 / 하는 / 달” - <목련꽃 지는 자리> 중 봄의 초입, 누락될지도 모를 몇 개의 이미지가 빠져 나가도록 열어 놓은 문, 일전에 나는 태어나지도 않았었는데, 이제는 죽음의 메신저라도 된 것처럼 군다. 선량한 숨결 뿜어내는 사람 두엇 주변에 꼭 필요한 어두운 챕터의 시절, 공공연히 사랑을 이야기해본 적 있고, 공연히 이별을 이야기해본 적은 많은, 마음속으로 집어 삼켜야 하는 많은 말들은 여전히 서투르기만 한데... 신용목 /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 문학과지성사 / 131쪽 / 2004 (2004)
차분한 시선, 작지만 모래알처럼 빛나는 시어로 무장한 젊은 시인의 첫 시집이다. 이번 시집의 해설을 맡은 문학평론가 황광수씨는 그의 시들을 두고 관찰의 단일한 효과에 머물지 않고 풍경의 배후까지 줄기차게 탐색한다고 지적한다. 시인이 자연에 대한 근원적인 욕망을 내치지 못한 상태에서 첫째, 자연에 융화될 수 없고 둘째, 그가 자연을 바라보는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연의 시선에 노출되어 있다는 섬뜩한 자의식을 가져버린 탓이다. 햇살, 바람, 유년이 머물다 간 과거의 풍경 속에서 오래도록 방황한 끝에 지금에 이른 시인의 감각을 만나보자.

시인의 말

제1부
갈대 등본
소사 가는 길, 잠시
산수유꽃
봄 물가를 잠시
옥수수 대궁 속으로
다비식
우물
뒤꼍
오래 닫아둔 창
겨울 산사
거미줄
바람 농군
투명한 뼈
화분
낫자루 들고 저무는 하늘
나무

제2부
백운산 업고 가을 오다
아파트인
수렵도
성내동 옷수선집 유리문 안쪽
이슬람 사원
강물의 몸을 만지며
옛 염전
그 사내의 무덤
사과 고르는 밤
사하라 어딘가에
삼립빵 봉지
왕릉 곁
봄꿈 봄 꿈처럼
톱니바퀴 속에서
祭日
서해, 삼별초의 항로

제3부
구름 그림자
세상을 뒤집는 여자
지하철의 노인
바다 시장
낙엽
가을 들판의 노인
침묵은 길지 않았다
바람이 그 노래를 불렀다
바닷가 노인
낮달 보는 사람
쉴 때
만물수리상이 있는 동네
삼진정밀
여름 한낮
민들레

제4부
헛것을 보았네
화엄사 타종
섬진강
복권 한 장 젖는 저녁
범람
목련꽃 지는 자리
낯선 얼굴
삼 년 전
울고 있는 여자
첫눈
구덩이를 파고 있다
높은 항구
그 저녁이 지나간다
실상사에서의 편지
노을 만 평
시간이 나를 지나쳐 간다

해설 ㅣ 응시와 성찰 / 황광수


 

쿠키런 서바이벌 대작전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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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 퓨어 스피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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