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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책들의 미로


어차피 소설이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허구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글을 읽는 누군가가 그것을 믿기 시작한다면, 그때부터 그 이야기는 진짜가 된다. 극중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하고, 냄새가 맡아지는 것 같고, 실제 눈에 풍경이 보이는 것 같아지는 것이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는 바로 그런 소설이었다. 어딘가에 분명 존재한다고 믿고 싶은 세계, 가짜라고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진짜라고 생각하고 마는 그런 세계였다. 그러나 모든 책들이 만들어지고, 명성을 얻으려는 작가들이 몰려들고, 출판사, 인쇄소, 고서점들이 즐비한 꿈꾸는 책들의 도시 부흐하임은 불타버린 채 이야기가 끝이 났었다. 그리고 이백 년 뒤, 진짜 이야기가 다시 시작된다. 그 도시의 냄새가 맡아졌다. 전날 밤 악몽을 꾸게 한 바로 그 냄새! 스텝 지역에 끊임없이 부는 바람이 평지인 풀의 바다를 지나 자작나무 숲까지 냄새를 실어 나른 것이다. 당시 내가 혼동할 수 없는 그 독특한 냄새를 묘사했던 책의 문장들까지 꿈에서 보았다. <낡은 고서점 문을 벌컥 열었을 때, 책 먼지가 폭풍처럼 일어나고 썩어가는 커다란 2절판 책 수백만 권의 곰팡이가 얼굴로 밀려오는 것처럼....> 이보다 더 유혹적인 게 세상에 또 있으랴 고서와 오래된 양피지, 수제 필통, 조각 펜대, 장서표와 색깔 잉크가 진열대 판매대가 있고, 유명한 작가들의 얼굴을 본떠 조각한 인형과 꼭두각시인형을 파는 상인들이 있고, 카레나 파프리카 가루를 뿌려 바삭 하게 먹는 다양한 크기의 구운 책벌레도 종이 봉지에 담아 팔고 있으며, 시가 인쇄된 다양한 맛의 먹는 종이와 감초를 엮어 만든 서표도 팔고 있다. 이곳은 바로 문학의 수도이자 출판산업의 메카로 화려하게 재건된 "꿈꾸는 책들의 도시" 부흐하임이다. 이 책은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가 (극중에 등장하는 차모니아의 위대한 시인) 쓴 차모니아 소설이다. 그리고 (저자인) 발터 뫼어스가 차모니아어를 번역하고 삽화를 그렸다고 되어 있으나, 마지막 작가의 말도 옮긴이의 말 로 소개되어 있다. 책들의 미로에서 펼쳐지는 미텐메츠의 이야기를 저자가 번역 했다고 주장하며 말이다. 발터 뫼어스가 만들어낸 부흐하임이라는 도시, 그 속의 세계가 너무도 엄청 나서 그가 실제 극에 등장하는 허구의 등장 인물이 쓴 소설을 번역해서 우리에게 들려 준다고 해도 그대로 믿고 싶어질 만큼이긴 하다. 사실 그가 뭐라고 주장하든, 그러니까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친구들이여, 그것으로 충분했다! 나는 순식간에 무장해제되어 뜨거운 철판에 올린 버터처럼 흐물흐물 녹았다. 이제 그가 옷장에 해골을 쌓아놓았다거나 지하묘지에서 곱사등이의 피를 마신다고 해도 호감이 갈 것 같았다. 가면 쓴 이 남자가 좋았다, 얼싸안고 싶을 만큼! 내 책을 읽었다고 하지 않는가. 그것도 여러 번! 그 책이 좋았단다! 지성과 완벽함을 나타내는 데 이보다 더 큰 증거가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그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특허장을 내게서 받은 것이다! 그가 취미로 연쇄살인을 저지르거나 사형집행을 한다 해도 그를 좋아하는 내 마음은 달라지지 않을 터였다. 전작에서 대 화재로 파괴된 부흐하임의 목격자인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는 차모니아 문학계의 위대한 작가로 부상해 자신의 명예에 스스로 취해 있는 상태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몇 시간씩 팬래터를 읽고 있는 중이었다. 자신의 허영심을 만족시킬 만한 문장을 찾으며 편지들을 읽고는 난롯불에 던져 넣는 일을 반복하다가, 그러다 갑자기 한 문장을 읽는 동안 먹던 크루아상이 목에 걸릴 만큼 당황한다.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렇게 그는 하마터면 자신을 죽일 뻔한 그 편지 한 통을 계기로, 다시 한번 부흐하임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화려하게 재건한 꿈꾸는 책들의 도시로 가서 그가 겪게 되는 모험, 돌아온 그림자 제왕, 그리고 새로운 적들을 만나는 흥미로운 이야기는 전작 만큼이나 독자들의 시선을 빼앗기에 충분하다. 책이 아닌 책을 파는 서점이 있고, 살아 있는 신문이 돌아다니는 그곳, 나는 진심으로 그곳이 실재하는 것 같다는 착각을 또 한번 하고 만다. 어딘가에 분명 있을 것만 같은 매혹적인 허구의 공간에 당신을 초대한다. 전작을 사랑했던 이들에게는 매혹적인 향수를, 전작을 아직 만나보지 못한 이들에게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발터 뫼어스 최고의 판타지 ‘차모니아’ 시리즈
꿈꾸는 책들의 도시 두번째 이야기, 이번에는 미로다!

꿈꾸는 책들의 미로 는 현재 독일에서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작가인 발터 뫼어스 최고의 판타지 ‘차모니아 시리즈’ 여섯번째 소설이며, 시리즈 중 특히 부흐하임 3부작의 2부에 해당된다. 1부 꿈꾸는 책들의 도시 마지막에 화재 경종이 울리고 부흐하임이 화염에 휩싸인 지 이백 년 후의 이야기로,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가 다시 한번 부흐하임으로 여행을 떠나 꿈꾸는 책들의 미로라 불리는 어둠의 세계에서 겪은 흥미진진한 모험이 담겨 있다. 폭발적인 상상력으로 빚어낸 이야기 안에는 특유의 유머와 천재적인 비유가 살아 숨쉬고, 재치 있는 언어유희로 고전작가들을 비틀어 인용하며, 거침없는 입담으로 ‘책벌레’들을 사로잡는다. 발터 뫼어스의 독창적인 일러스트와 이야기에 어울리는 다양하고 아름다운 글씨체들은 책을 읽는 재미에 눈으로 보는 즐거움까지 더한다. 특히 한국어판에는 ‘애너그램 찾아보기’를 부록으로 수록해, 작중에 인용되는 수많은 작가와 작품 이름이 뫼어스의 철자순서 바꾸기에서 나온 것임을 알 수 있게 했다. 흥미로운 모험소설의 줄거리에 이와 같은 지적 유희가 더해지며 한층 더 폭넓고 풍성한 독서경험을 선사한다.


의외의 사건 011
린트부름 요새로 귀향하다 015
피비린내 나는 책 031
새로운 도시 045
메모 없이 메모하기 050
모두 고전활자체 073
오비디오스 095
비블리오 어쩌고, 비블리오 저쩌고 120
부흐하임산産 책 와인 156
키비처와 재회하다 171
슈렉스의 애도 216
시들어버린 월계관 220
마그모스 230
꿈꾸는 인형들의 극장 244
여러 명의 분신 263
꿈속의 꿈 292
그림자 제왕 321
인형중심주의 초급반 336
마에스트로 코로디아크 344
인형중심주의 중급반 353
3막극에서 만난 도서항해사 379
인형중심주의 최고급반 404
코로디아크의 그물 420
집안 패거리 431
보이지 않는 극장 453
꿈꾸는 책들의 미로 473
옮긴이의 말 485

부록 애너그램 찾아보기 4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