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에도 꿈을 꾸느라 잠을 개운하게 자지 못한 채 아침을 시작한다. 꿈을 꾸지 않고 자는 사람은 없다고 하나, 그것을 기억하느냐의 차이로 수면의 질이 다르게 느껴진다고 한다. 나 같은 경우에 거의 매일 꿨던 꿈을 기억하기 때문에 숙면을 취했다는 느낌을 갖기가 어렵다. 어떤 꿈은 생생해서 꿈을 꾸면서도 현실과 분간을 못할 때도 있어 약간 피곤한 상태에서 잠을 깬다. 하지만 꿈을 꾸고 기억하는 게 즐겁다. 늘 똑같은 현실에서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일들을 꿈을 통해 실현할 수 있고, 내 생각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갖기도 한다. 어쩌면 내가 꾸는 꿈은 잠재의식과 상상력의 조화로 일어나는 또 다른 세상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꿈과 비슷한 맥락에서 미술 또한 현실에서 알 수 없는 것을 깨우치게 하는 제2의 세계다. 미술관에 들어서는 순간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곳은 결코 현실로부터 벗어난 환상만이 존재하는 허구의 세상이 아니다. 꽉 막힌 현실에서 깨달을 수 없는 진실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색다른 차원의 공간이다.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마다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알기 위해 끊임없이 사유해야 한다. 마치 책을 읽는 것처럼 말이다.미술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꿈을 꾸듯이 그 작품 속에 빠져들다 보면 작가의 의도를 알 수 있게 된다. 설령 그 의미가 일치하지 않더라도 괜찮다. 그림을 통해 웃거나 눈물지으며 자신의 내면을 응시할 수 있으면 된다. 그게 바로 인문학이다. 인문학은 세계와 인간에 대한 해석과 성찰의 기회를 갖는 것이다. 이 책은 미술 작품을 통해 인문학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알고 있던 친숙한 세상을 낯설게 바라보도록 한다. 그 낯섦 속에서 현실을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고, 자신의 마음을 살필 수 있다. 인상적인 그림과 글을 남겨본다.
인문학이라는 거리에서 길을 잃은 이들을 위한 친절한 안내자, 미술
인문학의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강조되는 이유는 그것이 세계와 인간에 대한 성찰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이는 물질적으로 풍족해질수록 내적 갈증에 허덕이는 현대인으로 하여금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게 한다. 그러나 정작 독자들이 마주치게 되는 인문학은 다소 불친절하다. 그 복잡한 인문학이라는 길 위에서 머쓱해하고 있는 이들을 위한 친절한 안내서가 출간되었다. 가이드는 바로 미술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동서양의 미술작품을 매개로 하여 인문학 고전으로 점차 심화해나가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미술작품의 감상에서 시작해 일상적 경험들에 대한 문제의식의 지평을 사회적·철학적 영역으로 확장한 후, 그와 관련된 인문학 고전의 핵심 대목에 이른다. 책의 전체 주제는 크게 자유, 서양, 이성, 빈곤, 일상성, 자아 등의 6개로 나뉜다.
책머리에 - 해석과 성찰의 즐거움을 주는 미술
1부 자유를 향한 여정
규격화된 삶을 거부하는 집시 - 루소 〈잠자는 집시〉/ 헉슬리 멋진 신세계
21세기 돈키호테를 위하여 - 도레 〈서재의 돈키호테〉/ 아담 스미스 국부론
밤, 자유의 공간 - 피사로 〈몽마르트르 거리〉/ 리스먼 고독한 군중
진리가 여성을 자유롭게 하리라 - 코로 〈책 읽는 여인〉/ 보부아르 제2의 성
웃음의 사회적 역할 - 할스 〈유쾌한 술꾼〉/ 에코 장미의 이름
전쟁과 군대 그리고 자유 - 타데마 〈전무〉/ 칸트 영원한 평화를 위하여
2부 동양과 서양의 시선
서양 미술과 오리엔탈리즘 - 들라크루아 〈사르다라팔루스의 죽음〉/ 사이드 오리엔탈리즘
동양과 서양의 자연관 - 최북 〈풍성야귀인도〉/ 괴테 파우스트
동양과 서양의 목욕하는 여인 - 르누아르 〈목욕하는 여인들〉/ 플라톤 향연
두 개의 자화상 - 윤두서 〈자화상〉/ 카뮈 시지프의 신화
시련의 향기 - 김정희 〈세한도〉/ 디포 로빈슨 크루소
3부 이성의 그늘
이성과 광기 - 고야 〈잠자는 이성은 괴물을 깨운다〉/ 데카르트 성찰
이성의 그늘 - 조셉 라이트 〈공기펌프 안의 새에 대한 실험〉/ 베이컨 신기관
욕망과 이성은 지옥? - 보슈 〈쾌락의 동산〉/ 프로이트 정신분석 강의
인간과 로봇의 경계 - 에른스트 〈셀레브의 코끼리〉/ 데카르트 방법서설
파놉티콘 사회 - 고흐 〈죄수들의 보행〉/ 푸코 감시와 처벌
아테네 학당의 철학 이야기 - 라파엘로 〈아테네 학당〉/ 플라톤 국가
4부 빈곤의 역사를 넘어
노동의 고단함 - 드가 〈다림질하는 여인〉/ 에밀 졸라 목로주점
꽃과 노동 - 리베라 〈꽃 운반 노동자〉/ 마르크스 자본론
가난은 나라도 못 구한다? - 무리요 〈거지 소년〉/ 맹자 맹자
어머니… 아, 우리들의 어머니 - 드가 〈다림질하는 여인〉/ 에밀 졸라 목로주점
삼등 열차 안에서 - 도미에 〈삼등 열차〉/ 마빈 해리스 문화의 수수께끼
화투 그림과 도박 공화국 - 조영남 〈극동에서 온 꽃다발〉/ 보르헤스 바빌로니아의 복권
5부 일상성의 비밀
여성의 일상 - 캐사트 〈아기의 목욕시간〉/ 마르크스 독일 이데올로기
일상성의 감옥 - 에셔 〈상대성〉/ 르페브르 현대 세계의 일상성
TV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 백남준 〈TV 부처〉/ 맥루한 미디어의 이해
햄버거의 철학 - 올덴버그 〈모든 것이 들어 있는 두 개의 치즈버거〉/ 조지 리처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에로티시즘을 경계하는 문명 - 클림트 〈키스〉/ 보카치오 데카메론
나는 어디쯤 끼어 있을까 - 곽덕준 〈10개의 계량기〉/ 뒤샹 미국인에게 보내는 공개장
6부 개인과 사회 그리고 자아
희생을 원하는 사회 - 램브란트 〈아브라함의 제물〉/ 포퍼 열린사회와 그 적들
나르시시즘을 권하는 사회 - 워터하우스 〈에코와 나르키소스〉/ 니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변검술사로 살아가는 현대인 - 엔소르 〈가면에 둘러싸인 자화상〉/ 기든스 현대성과 자아정체성
메두사의 뗏목과 부정부패 - 제리코 〈메두사의 뗏목〉/ 니버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친일 미술의 그림자 - 정현웅 〈대동아전쟁 1주년 특집 표지화〉/ 신채호 대아와 소아
절망에 대하여 - 뭉크 〈절망〉/ 김진경 낙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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