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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 페소아를 만나다


<새벽2시,페소아를 만나다>는 처음부터 눈길을 끈다.포르투갈의 시인의 이름을 따온 책제목부터 한 외국 여성이 묵묵히 책을 응시하고 있는 표지부터 호기심이 갔다.사실 페소아가 누군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그저<불안의 서>라는 책을 지은 저자라는 기초지식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다.페르난두 페소아는‘포루투칼의 시인.영어에도 능숙하여 영어로 쓴 시도 많이 남겼으며 생존 당시는 인정을 받지 못했으나 그의 방대한 시는《시집《詩集)》으로 발간되어 중판을 거듭하고 있다.’라고 설명되어 있다.과연 새벽2시에 페소아를 만난다는 말은 무슨 말일까작가의 말도 상당히 흥미롭다.어느 강연장에서 만난 전 작품의 독자가 자신을 보며 고민을 털어놨다는 것.자신의 정체성,신의 의미,인생의 의미 등 누구나 한번쯤 고민하는,그러나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는 질문을 내뱉었다는 것이다.번잡한 자리라 바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저자는 독자의 연락처를 받아왔지만,결국 잃어버렸다고 한다.그래도‘나는 누구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은 이 책에도 나와 있다고 알려준다.이 책의 부재‘나를 묻는 밤의 독서’처럼 독서를 통해 나를 알아나갈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책은 여러 책을 세세하게 분석한다.총11장으로 이뤄져1장 당 한권부터 세권의 책을 들어 근원적인 물음의 해답을 책에서 찾는다.책은 도스토옙스키 프루스트 등의 고전도 있고,최근에 나온<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무의미의 축제>도 있다.근원적인 물음 또한 다양하다.인생에서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추억의 불완전성,자의식의 과잉,삶의 품격 등 철학책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질문들로 이뤄져있다.질문만 봐서는 감조차 오지 않는다.하지만 생각과 달리 내용은 쉽게 읽힌다.마치 한편의 긴 평론을 보는 것처럼 책의 내용,인물,배경에 담긴 의미들을 낱낱이 해석한다.그리고 그 속에 담긴 뜻과 곱씹어볼 내용을 찬찬히 일러준다.마치 대신 독서를 해주는 것처럼,독서의 길라잡이처럼 쉽고 편하게 풀어낸다.그저 작가가 말하는 대로 따라가면 된다.그러다 보면 저절로 철학적 질문에 답에 다다르게 된다.질문에 대한 해석,답을 내리는 건 오로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이 책에 나와 있는 책 중 읽은 책은 다시 한 번‘이런 내용이었구나.’,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구나.’라고 깨닫게 되었고,읽지 않은 책은 설명으로 인해 읽어보고 싶은 욕구가 샘솟았다.놀랍다.대신 독서해주는 게 이런 느낌이라니.평론보다 편하고 이해하기 쉬웠다.가독성이 좋지만 생각거리에서는 한참을 주춤하게 한다.답을 못 내린 질문들도 남아 있지만 자문한 것부터 큰 발전이다.고맙다.다시 곱씹어볼 필요가 있는 책이다.
소설 속 인물을 통해
‘나’를 묻는 퍼즐조각 맞추기

인간 영혼의 한평생은 고작 그림자 속 움직임에 불과하다. 우리는 의식의 여명 속에 살면서 우리가 누구인지, 혹은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확실히 알지 못한다.

소설가이자 인문학 연구가인 김운하의 ‘나와 삶’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 전작인 카프카의 서재 가 책을 통해 삶에 관한 사고를 전개한 것이었다면, 새벽 2시, 페소아를 만나다 는 ‘나’라는 자아의 문제에 포커스를 맞추어 한층 더 흥미로운 이야기로 독자에게 다가간다.

이 책은 저자가 읽은 14권의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소개한다. 옛 사랑을 되찾으려 고군분투하는 열정의 남자 개츠비, 지독한 사랑의 열병으로 번민하는 인생의 베일 의 키티, 우아하지만 고독한 댈러웨이 부인, 자의식 과잉에 시달리는 지하생활자, 자기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 잃어버린 과거 속에서 헤매는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의 기 롤랑, 삶의 의미를 고민하며 방황하는 청춘 인간의 굴레 의 필립과 면도날 의 래리 등 소설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인물들을 통해 삶의 총체성을 드러내고자 한다. 이가 빠진 그릇처럼 모자란 주인공들의 인생이 사랑과 열정, 자존심, 기억, 불안, 무의미한 인생, 늙음, 삶의 격에 대한 이야기로 재탄생하고 있다.


작가의 말

01.
내 모호한 열정의 숭고한 대상,
나는 무엇을 원해야 하는가?
스콧피츠 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02.
흔들리는 내 자아,
미성숙한 육체와 영혼 사이의 딜레마
서머싯 몸, 인생의 베일

03.
자의식 과잉,
자존심이 강한 건 자랑이 아니야
도스토옙스키, 지하생활자의 수기

04.
나의 기억은 불완전하고,
추억은 완성되지 않는다
파트릭 모디아노,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05.
내 영혼을 잠식하는
불안의 정체는 무엇일까?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서

06.
어느 날 문득, 사는 게
덧없다고 느껴질 땐 무얼 하면 좋을까?
외젠느이 오네스코, 외로운 남자
서머싯 몸, 면도날

07.
삶의 의미에 관한 말들과
태도라는 이름의 자유에 관하여
서머싯 몸, 인간의 굴레
페터 비에리, 삶의 격
빅토르 프랑클, 삶의 의미를 찾아서

08.
내 인생은 온통
사소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밀란 쿤데라, 무의미의 축제

09.
나는 젊어서 죽고 싶진 않다,
그렇다면 늙을 수밖에
장 아메리, 늙음에 관하여
필립 로스, 에브리맨

10.
순간을 영원으로!
지금 여기뿐인 삶의 품격
버지니아 울프, 댈러웨이 부인

11.
우리는 방황하고 노력하며
생을 통과한다
제임스 설터, 올 댓 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