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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국방군


2차세계대전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독일 국방군이라는 단어가 결코 낯설지 않을 것이다. 나름 밀리터리 역사에 관심이 많은 터라 개인적으로도 볼프람 베테의 <독일 국방군>이라는 책에 흥미를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독일 국방군은 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육군, 해군, 공군을 포함한 일종이 정규군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 책은 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 국방군의 활약을 담은 책일까? 결론적으로 그들의 무적의 신화가 아니라 오히려 신화 속에 가려진 그들의 감추어진 이면을 드러낸 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동부 전선에서 벌어진 볼셰비키와 유대인에 대한 학대와 말살 정책과 관련하여 그동안 언급되지 않았던 독일 국방군의 이력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2차세계대전 당시 유대인에 대한 제노사이드 및 소련의 포로에 대한 가혹한 처리는 독일의 정규군인 국방군이 아니라 나찌의 무장 친위대에 의하여 수행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국방군은 순수하게 전투에만 임하였으며, 군인으로서의 임무에 충실한 조직으로 대변되었고, 무장 친위대는 나찌의 정치적인 사상에 의하여 잔혹한 행위를 저지른 범죄 조직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이다. 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국방군에 복무한 사람은 대략 2천만 정도라고 한다. 이 수치는 결국 독일의 민중 대다수가 국방군에 복무를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이것은 국방군 자체가 독일 민중 그 자체를 가리키기 때문에 저자는 프로이센에 의한 군국주의 시기에서부터 2차세계대전까지 독일 민중의 유대인과 소련에 대한 의식을 분석하면서 독일 국방군의 성격을 정의하려고 시도를 하게 된다. 1차세계대전에서 패배를 한 독일은 비록 바이마르 공화국이라는 민주 국가를 출범시켰지만, 여전히 사회 엘리트는 군부 출신이 차지하고 있었다. 이들 군부의 세력은 자신들의 지위 유지를 위해서라도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바이마르 공화국을 의심스러운 눈길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으며, 베르사유 조약에 의한 군의 축소에 불만을 갖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들에게 형성된 사상중 한가지가 바로 반 유대주의였다. 비록 총력전을 위해서라도 1차세계대전에 유대계 독일인이 참전을 하였지만, 군부의 실세들은 이러한 유대인에 대하여 신뢰를 하지 않았다. 더구나 범 게르만주의에 의한 게르만족 우월성에 영향을 받아서 1차세계대전 패전 이후에 군 조직에서 유대인을 축출하기 시작한다. 심지어 장교에는 아예 유대인을 배치하지 않는 노골적인 정책을 취하게 된다. 또한 극우의 전우 단체 역시 유대인에 우호적인 바이마르 공화국의 정치인들을 암살하면서 유대인에 대한 적개심을 키워간다. 이 시점에서 저자는 히틀러가 유대인을 혐오한 정책을 취했다기 보다도 이렇게 사회적인 풍토 자체가 반 유대주의 일색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이를 이용하여 정권을 공고히 하는데 이용하였음을 밝히고 있다. 또한 독일 국민 역시 자신들의 가장이자 아들이었던 군인에 대한 지지 내지는 방관으로 인하여 자연스럽게 반 유대주의가 확산되었다. 또한 독일은 애초에 러시아를 "진흙 발의 거인"이라고 여기면서 이질적인 존재로 취급을 한다. 러시아는 반동 국가이며, 동방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 세력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러한 러시아에 대한 악의적인 이미지는 레닌에 의하여 소련으로 바뀌면서 공산주의에 대한 두려움까지 추가되면서 독일인에게 소련은 공존할 수 없는 존재로 여겨지게 된다. 저자는 이러한 당시 독일의 인식을 무지에 의한 것으로 설명을 하고 있다. 러시아와 큰 교류가 없었기 때문에 모든 면에서 독일이 러시아(소련)보다는 우월하다는 의식이 생기게 되었으며, 심지어 동방 지역은 장차 독일의 세력이 뻗어나가야 할 곳이라고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저자의 설명은 결국 당시 독일은 반유대주의와 공산주의에 대한 적개심이 뿌리깊게 자리잡은 상태이므로 독일 국방군 역시 그러한 독일인이 구성된 조직이기에 2차세계대전에서 벌어진 유대인 학살, 소련 포로에 대한 가혹한 행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준다. 몇 가지 사례를 통하여 국방군의 지휘 조직에서 체계적으로 그러한 행위에 대한 지원이 내려온 것이라든지 실제 그러한 잔혹한 행위에 가담하거나, 묵인한 행위를 설명하고 있다. 결국 군인으로서 전투에만 임한 것이 아니라 파르티잔을 색출한다는 명목으로 유대인 및 공산주의자들을 학살하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무장 친위대 내지는 아인자츠 그루펜(나찌의 특무대)에 의한 전쟁 범죄 행위가 국방군의 방조 내지는 협조에 의하여 일어났음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독일 국방군의 행위가 드러나지 않았을까? 아니, 심지어 독일 국방군은 깨끗한 독일군 이라는 이름으로 포장이 되어 있었을까? 그 이유는 바로 종전 후 설립된 독일 연방군과 관련이 있다. 이미 미소 냉전이 시작될 조짐을 보이던 상황에서 서독에서 설립된 연방군은 자연스럽게 2차세계대전에 참여하였던 군부의 엘리트들이 주요 요직을 차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자신들의 정통성을 확립하기 위하여 국방군의 전쟁범죄 행위를 최대한 감추면서 나찌의 무장 친위대에게 그러한 악행을 덮어씌었던 것이었다. 심지어 미국과 영국도 서독을 끌어안기 위하여 만슈타인, 롬멜과 같은 장군들의 활약에 찬사를 보이면서 회고록까지 만들어내면서 전사의 이미지를 찬양하였으며, 유대인 학살에 대한 연구는 소극적으로 대응을 하였다. 실제 영국의 저명한 리델 하트 역시 롬멜의 회고록을 펴내면서 독일 국방군의 뛰어난 활약과 신사적인 이미지를 찬양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독일 군부의 의도와 연합국의 생각은 맞아 떨어지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온 독일 국방군의 신화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점차 독일의 역사가들에 의한 연구를 통하여 이러한 독일 국방군의 감추어진 모습이 속속 드러나게 된다. <국방군 전시회>와 같은 활동을 통하여 실제 독일 국방군이 저지른 잔혹한 행위를 사진을 통하여 시각적으로 독일 국민에게 전달함으로써 그동안 숨겨진 그들의 과거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정확히 독일 국방군에 의한 잔혹한 역사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최소한 깨끗하다고 여겨진 그들의 신화는 점점 깨지면서 독일 국민의 이목을 집중하는데에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독일은 여전히 독일 국방군에 대한 연구에 대하여 격렬한 토론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볼프강 베테의 <독일 국방군>은 바로 이러한 시점에서 신화 이면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사실 전쟁사에 관심이 많아서 독일 국방군의 정치적인 부분은 전혀 생각을 하지 않았으나, 이 책을 통하여 그들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전쟁 중 유대인 학살과 같은 잔혹한 행위를 저지른 독일 국방군이지만, 그들은 분명 그것이 독일을 위한 행위를 한 것이라고 생각을 하였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그러한 어두운 이면을 감추려고 노력하였지만, 이제는 스스로 그러한 부분을 밝히려고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가슴 속에 무언가 뜨거운 것이 느껴진다. 광복과 더불어 자신의 안위를 위하여 일본에 충성을 하던 친일파들도 역시 우리의 군 조직과 정치 조직으로 자연스럽게 파고들었다. 독일 국방군은 그래도 자신의 조국에 대한 신념으로 그러한 행위를 저질렀어도 오늘날 그 실체가 드러나면서 비판을 받고 있는데, 우리는 광복 이후 친일파의 행적에 대한 연구가 그다지 진척되지 않는 것 같다. 오늘날 친일파의 자손들이 여전히 기득권을 가지고 떵떵거리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독일이 얼마나 선진국이며 깨어있는 국가임이 느껴진다. 이 책은 유대인이 쓴 것이 아니라 독일인 스스로가 그들의 치부를 드러내고 있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볼프람 베테의 <독일 국방군>처럼 <한국군의 역사> 내지는 <한국군의 뿌리>와 같은 제목으로 광복 이후 우리 군에 녹아든 친일파의 행적이 연구된 책이 출판되기를 기대해본다.
‘깨끗한’ 독일군 신화 속에 숨겨진 역사를 밝혀내다

‘깨끗한’ 독일군 신화는 제2차 대전이 끝난 후 나치 시대 정규군인 국방군 장성들이 만들어낸 신화이자 미국과 영국 등 연합군 측 국가들이 유포한 신화였다. 그리고 그 신화를 바탕으로 제2차 대전사가 그 국방군 장성들 손으로 쓰였으며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역사가 되었다. 어떻게 패전국 장성들이 역사 쓰기의 주체가 되었을까?

나치 독일 시대에 벌어진 인종 학살은 그저 악마와 같은 히틀러와 ‘나치친위대’의 소행일 뿐, 선량하고 무고한 독일군은 ‘깨끗한’ 전쟁 참가자였을까? 독일국방군 은 반론을 제기한다. 양심적 독일 역사학자들은 ‘그들’과 평범한 보통 독일인들이 함께 대량 학살의 가해자임을 실증적 사료를 바탕으로 밝혀내고, 인류가 지켜야 할 윤리의 수준을 높였다. 이 책은 그 모든 기억 투쟁의 과정을 역사적 실체의 재구성과 함께 담아냈다.


축사_ 만프레트 메서슈미트
옮긴이 서문

제1부 러시아, 소련 및 볼셰비즘에 대한 적대 의식
제1장 20세기 독일인의 러시아 인식
제2장 러시아에 대한 나치의 인식 : 유대 볼셰비즘
제3장 국방군 장군들의 러시아 인식

제2부 독일군의 반유대주의
제1장 반유대주의에서 홀로코스트로?
제2장 독일제국 시기와 제1차 대전
제3장 혁명의 해, 1918~1919년
제4장 전후 시기
제5장 바이마르 공화국
제6장 나치 통치 시기(19939년 까지)

제3부 국방군과 유대인 학살
제1장 국방군의 명령 하달과 선전
제2장 학살 장소
제3장 군인의 의무로 규정된 반유대주의

제4부 장군과 사병
제1장 전쟁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프로이센-독일의 군사 엘리트
제2장 히틀러와 장군들
제3장 군복을 입은 보통 사람
제4장 최근 연구와 국방군 장병
제5장 전쟁 막바지, 몰락에 대한 광기와 생존 의지

제5부 깨끗한 국방군의 전설
제1장 전설의 탄생
제2장 전범재판
제3장 국방군의 변호하는 역사 서술
제4장 냉전이 시작되다
제5장 국방군의 범죄, 사법부, 공소시효

제6부 금기가 깨지다
제1장 역사 연구
제2장 연방군의 국방군 인식
제3장 50년 후: 금기가 깨지다

제7부 결론
후주
부록 나치의 인종 말살 전쟁과 평범한 독일 군인의 역할 : 나치 국방군 전시회를 둘러싼 독일의 대중적 논쟁_김승렬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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